인공지능: 왜 휴머노이드는 대부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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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포 굿’ 글로벌 서밋에서 선보인 다양한 여성 휴머노이드 중 하나인 데스데모나

인공지능(AI)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흔히 이들이 우리 인간을 밀어내고 해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곤 한다.

유엔(UN) 산하 정보통신 전문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AI 포 굿’ 컨퍼런스에서도 이러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다루고자 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AI를 활용해 국제 사회의 도전 과제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한자리에 모인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이기도 했다.

소피아, 나딘, 미카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초현실적 휴머노이드 예술가”로 불리는 에이다, “세계 최고의 간호 보조 로봇”인 그레이스, 록스타 로봇 데스데모나 등도 이번에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모든 휴머노이드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겉모습이 여성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자들은 왜 인간 여성의 외모를 닮도록 디자인했을까.

여러 AI 스피커의 초기 목소리 설정이 여성인 점에 대해 성 차별적 편견에 뿌리를 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로봇이 여성의 모습인 데엔 때로 이보다 더 악의 없는 이유가 존재하기도 한다. 바로 개발자들이 자기 모습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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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구로 히로시 교수와 그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제미노이드’

휴머노이드 ‘나딘’이 바로 이러한 경우다. 나딘을 개발한 로봇공학자 나디아 마그네나트 탈만은 나딘을 자신의 “로봇 셀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컨퍼런스에서 유일하게 남성의 외향을 하고 있던 안드로이드인 ‘제미노이드’를 개발한 일본의 로봇공학자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의 얼굴을 빼닮은 모습이다.

한편 아울러 이번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 중엔 ‘에이다’도 있다. 에이다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조각도 할 수 있으며 퍼포먼스 예술도 가능한 예술가 휴머노이드다.

에이다 개발을 이끈 리사 제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에이다가 여성의 모습인 데엔 특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비는 “예술과 기술 분야에선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는 집단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이다 개발진은 영국 19세기 여성 수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한편 이렇듯 특정 개인을 모델로 개발한 사례 외에 로봇이 여성의 모습을 한 데는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선천적인 선호이다.

미 인디애나대학에서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로봇공학자 칼 맥도만은 근거 있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맥도만은 여성은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하며, 남성은 특정 성별의 목소리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맥도만은 참여자들의 반응을 테스트한 결과 사람들이 실제로 설문지에 작성한 내용과 실제로 느끼는 선호도 간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즉 여성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정도보다 훨씬 더 많이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했으며, 남성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매우 선호한다고 답변했으나 실제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을 보였다.

“따라서 여성의 목소리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더 잘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여성의 목소리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남성들은 실제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는 게 맥도만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휴머노이드가 대체로 여성의 모습인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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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여성 수학자였던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그린 초상화와 예술가 로봇 ‘에이다’

‘시리’나 ‘알렉사’와 같은 AI 스피커의 초기 버전은 이미 여성의 목소리로 개발됐다. 그리고 맥도만의 연구는 이러한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후 인용됐다.

맥도만 또한 일부 기업은 자신의 연구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여성의 목소리를 택했으며, 이후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단순히 편리하게 가져다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몇몇 기업들이 내가 이 주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여성의 목소리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본다”는 맥도만은 “아마 이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고, 혹은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싫은 이유로 여성의 목소리를 채택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후 이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을 때 이를 정당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맥도만은 우리가 지닌 성 역할 관념이 많은 기업 혹은 개발자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끼쳤다고 본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고객 서비스 분야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AI의 여성 목소리 설정이 더 대중화되면서 이러한 초기 고정관념이 더욱 강화됩니다.”

그러면서 맥도만은 AI가 보통 사용자에게 극히 공손한 태도로 정보 전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는 성차별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는 남성의 성차별적 판타지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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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노약자를 지원하고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간호 보조 로봇이다

한편 영국 드몽포트대학에서 로봇 및 AI 윤리학을 가르치는 캐슬린 리처드슨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반적으로 성인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던 때를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제가 [15년 전] 있던 연구실에선 언제나 어린아이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는 리처드슨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휴머노이드가 어린이의 모습을 닮으면 사람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들을 집에 들여놓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리처드슨 교수는 오늘날 성인 여성의 모습을 하게 된 이유도 휴머노이드를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만들려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휴머노이드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리의 선입관이 더욱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우리 삶에 더 많은 기술적 요소가 도입되면서 비롯되는 비인격화 및 탈인간화에 대한 매우 깊은 두려움이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로봇의 발전이) 얼마나 두려울지, (인간을 해치는) 터미네이터가 곧 등장할 수도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런 휴머노이드를 집에 들이긴 무서울 테죠, 그렇지 않은가요?”

한편 수십년간 로봇과 함께 일해 온 맥도만 또한 이러한 두려움이 특히 초기에 로봇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 동의하며 “여성 휴머노이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 특히 어린이에게 더 접근하기 쉽게 느껴지기에 인간과 로봇 간 상호작용 실험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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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시구로 히로시 연구소’에서 만든 휴머노이드 ‘에리카’

이는 지난 2003~2005년 사이 일본에서 로봇을 연구한 맥도만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당시 인간과 로봇 간 상호작용 실험 대부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팀원들 또한 여성 휴머노이드가 덜 위협적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나 리처드슨 교수는 오늘날 로봇의 외형이 여성적인 데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리처드슨 교수는 로봇을 예술에 비유했다. 보이는 건 그저 표면의 이미지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로봇 디자인은 현대 미술 비평가들이 역사적인 그림을 평가할 때 종종 한탄하는 내용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라 멀비라는 유명한 이론가는 예술에서의 남성의 시선, 남성 예술가가 여성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멀비에 따르면 이들은 여성을 그저 순종적인 존재, 벌거벗은 존재, 남성 욕망의 대상 등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면에서 로봇 공학에도 이러한 남성의 시선이 그대로 투영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저 표면의 이미지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미지 이면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감정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생명력이 없습니다.”

“이 새로운 인공물(휴머노이드)엔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 인간관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등이 담겨 있지 않은 거죠.”

그러면서 리처드슨 교수는 이번 컨퍼런스에도 전시된, 성인 여성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볼 때마다 “꼭두각시” 같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맥도만 또한 로봇 업계가 매우 남성 지배적이며, 이곳의 이성애자 남성 로봇 디자이너들이 이성에 관한 관심으로 인해 로봇을 여성을 닮게 디자인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분명히 성적대상화가 있습니다. 로봇이 더 실제적인 외관과 목소리를 지닐수록 성적인 요소를 부여하려는 경향은 커집니다. 무언가가 매우 진짜 같이 느껴진다면 이를 보거나 대할 때 마치 그게 진짜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의 진화적 습성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러한 성적대상화 현상은 어디까지 흘러가게 될까.

리처드슨 교수는 로봇이 일상적으로 성적인 대상으로 사용되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포르노 로봇에 반대한다’ 캠페인을 시작해 로봇의 성적인 사용이 일반화되는 데 따른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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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출간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주인공인 경찰관(해리슨 포드 분)은 안드로이드(션 영 분)와 위험한 연애를 시작한다

‘블레이드 러너(1982)’, ‘A.I.(2001)’, ‘그녀(2013)’, ‘엑스 마키나(2015)’와 같은 SF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휴머노이드와의 성관계에 대한 상상은 지난 수십 년간 주류 미디어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리처드슨 교수는 저서 ‘남자가 만든 여자들’에서 이 점에 대해 경고했다. 휴머노이드와의 성관계가 SF 소설에서 아침 토크쇼나 뮤직비디오 등으로 옮겨가는 등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베를린, 모스크바 등지에선 섹스돌 사창가가 문을 열었다.

리처드슨 교수는 “이 주제에 관해 대화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로봇과의 사랑 및 섹스에 대한 국제회의도 매년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로봇과의 관계가 당연시되게 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게 리처드슨 교수의 생각이다.

“사회 전반에 사람이 일방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게 ‘관계’라고 생각해버리는 매우 자기중심적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모든 감정을 AI 아바타에 그저 투영해버리는 거죠.”

“그러나 우리는 관계란 보통 2명이 함께 관련되는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나와 타인 간 맺는 게 관계입니다. 즉 관계라는 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두 사람 간 중간에 존재하는 속성을 지니죠. 그렇지 않나요? 나에게서만, 혹은 너에게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편 맥도만 또한 성장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산업이 성 산업에 특화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의 성적인 이용에 대해 우려하곤 합니다. 인간관계는 어렵죠. 친밀한 관계를 맺다 보면 위험이 따릅니다. (그러나) AI는 순종적이죠.”

맥도만은 타인과의 데이터보다 음란물이 더 손쉬운 선택이라는 이들도 있다면서, AI가 타인을 대하려는 노력과,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을 아예 피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맥도만은 AI의 순종성이 사람들의 나르시시즘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도 특별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렇게 정교한 로봇은 비싼 가격표로 인해 제대로 사용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 제작 비용은 다른 종류의 로봇에 비해 제작 비용이 상당하다”는 맥도만은 “진짜 사람같이 만들기란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맥도만은 3차원적인 휴머노이드보다는 상호작용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야말로 “반려 봇”으로 더 적합하다고 봤다.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는 모든 부품이 잠재적인 문젯거리죠. (책상에 가만히 두는) 컴퓨터에 비해 움직이는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지 생각해보세요.”

“하루 중 컴퓨터를 쓰는 시간이 자동차를 타는 시간보다 긴데도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죠.”

아울러 인간의 에로틱한 욕망과는 별개로 대부분 소비자가 감당하기엔 휴머노이드는 너무 고가일 것이라는 게 맥도만의 전망이다.

물론 맥도만은 “전부가 아닌 대부분”이라면서 “마치 슈퍼카와 같다. 슈퍼카를 살 여유가 있는 일부 사람이 있는 것처럼 휴머노이드를 살 여유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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